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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역사상 노스트라다무스와 항상 등장했던 여자 예언가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많이 잊혀진 듯한 그리스 최고의 예언가이자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카산드라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등장인물로,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와 왕비 헤카베 사이에서 태어난 딸입니다. 대신관 헬레노스와는 쌍둥이 남매지간입니다. 미남미녀가 많은 트로이 왕가의 일원답게 굉장한 미녀였다고 합니다. 일리아스 13권 365절에는 프리아모스의 딸들 중 가장 아름답다고 묘사되며, 24권 699절에서는 무려 황금의 아프로디테에 비견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일리아스에 대해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일리아스는 현존하는 고대 그리스 문학 중 가장 오래된 서사시이며, 일리아스 이전의 미노스 문명과 미케네 문명은 오랫동안 잊혀져 있었기에 사실상 유럽 최초의 고전 문학은 일리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오디세이아와 더불어 고대 그리스와 후대 서양의 문학, 예술, 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야기는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그리스 최고의 예언가이자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가 활동했던 배경은 그리스 신화의 전설적인 트로이 전쟁의 51일간을 다룹니다. 트로이의 왕세자 헥토르와 아카이아족의 용장 아킬레우스를 중심으로 원한과 복수에서 파생되는 인간의 비극과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지는 못할지언정 가능한 한 충실하고 명예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영웅들의 처절한 싸움을 보여줍니다. 또한, 9년 동안 계속된 전쟁의 상황과 전쟁에 관여하는 올림포스의 신들, 그리고 영웅들의 이야기 역시 조명됩니다.
아프로디테 여신과 비견될 정도로 아름다웠던 카산드라의 머리색은 금발이라고 합니다. 그 미모에 아폴론이 반하자 카산드라는 자신과 헬레노스에게 미래를 내다볼 예언 능력을 준다면 그 사랑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습니다. 아폴론은 둘에게 예지 능력을 주었으나, 카산드라는 예지 능력만 받고 아폴론을 배신하자 아폴론은 크게 분노하였습니다. 하지만 능력을 도로 박탈하기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에 대신 카산드라의 예언 능력에서 설득력을 빼앗아 버렸습니다. 아폴론은 카산드라에게 마지막 이별의 키스를 요구하였고, 카산드라가 이를 수락하자 아폴론은 그녀의 혀에서 설득력을 빼내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다른 설에는 예지 능력을 받은 카산드라가 나이가 들면 아폴론이 자신을 버릴 것을 내다보고 아폴론을 거부했다고도 합니다. 정작 그 다음에 아폴론의 저주를 내릴 것은 못 본 것인지, 상황이 바뀌면서 예지의 내용도 바뀐 것인지, 아니면 저주를 받더라도 나중에 자신을 버릴 남자의 사랑을 받기 싫다고 생각했던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헬레노스와 함께 아폴론의 신전을 뛰어다니며 놀다가 잠들었는데, 뱀이 귀에 기어들어와 예언 능력을 얻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일리아스에 따르면 카산드라는 그리스군이 프리기아의 왕 미다스의 아들 코로이부스에게 청혼을 받았습니다. 그는 카산드라의 미모에 반하여 혼인 예물을 바치지 않는 대신 트로이와 그리스 간의 전쟁 중임에도 트로이 편에 원군으로 참전하여 그리스 군을 몰아내는 조건으로 카산드라에게 청혼을 했습니다. 일리아스의 마지막에서, 전쟁 중에 전사한 프리아모스 왕의 아들이자 트로이의 총사령관으로 트로이의 최고의 기사이자 이상적인 영웅이었던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받아 귀환하는 프리아모스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이 카산드라입니다. 성벽에 올라 있다가 부왕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시민들에게 소리쳐 알렸고, 이에 트로이 시민들이 몰려나와 프리아모스를 맞이한 뒤 헥토르를 애도하며 그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이후 전쟁이 지지부진 이어지던 어느 날, 그리스군이 거대한 목마를 남기고 철수하자 트로이는 그 목마를 성 안에 들이려 했습니다. 카산드라는 그 목마를 들이면 트로이가 멸망할 것이라고 예언하며 목마를 들이지 말 것을 간청했지만 무시당했습니다. 그날 밤, 승리의 파티에 취해 있던 트로이인들은 목마 속에서 튀어나온 그리스 군에 의해 성이 함락되고 나라가 망하고 맙니다.
이때 전쟁에 참패하고 카산드라는 포로로 끌려가게 됩니다. 카산드라는 끌려가지 않으려고 아테나 여신상에 매달렸는데, 그리스군의 아이아스가 그녀를 여신상 채로 끌고 나왔습니다. 또는 카산드라를 아테나 신전에서 강간하려 했다고도 하는데, 이것이 미수에 그쳤다는 설도 있고 실제로 강간당했다는 내용이 나와 있는 곳도 있습니다. 앞서 카산드라를 사모했던 구원자 코로이부스는 이때 카산드라를 지키려다 그리스군 장수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이때 아테나 여신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벌을 받아 아이아스는 귀환하지 못하고 바다에서 폭풍우를 만나 사망했습니다. 배가 난파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아이아스는 암초로 헤엄쳐 가서 살아남았지만, "신들도 나를 어쩌지 못한다"는 말을 남긴 후 벼락에 맞아 사망했다고 합니다.
또한, 미케네 왕 아가멤논은 카산드라의 미모에 반하여 그녀를 자신의 전리품으로 삼아 미케네로 귀환합니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트로이아 여인들'에서는 강제로 아가멤논의 첩이 된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는 카산드라를 위로하고, 오디세우스의 운명을 예언합니다. 미케네에 도착했을 때 카산드라는 이미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불륜과 아가멤논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파악하고 거기에 휘말릴 자신의 최후까지 모두 예지했습니다. 이를 아가멤논에게 경고했지만 무시당했다고도 하고, 어차피 무시당할 걸 알아서, 혹은 평생 노예 신세로 고통받으며 살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고도 합니다. 결국 아가멤논은 부인 클리타임네스트라에 의해 암살되고, 불쌍한 카산드라는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심한 모욕을 당하며 결국 죽임을 당합니다. 아가멤논과 사이에서 쌍둥이 아들 텔레다무스를 낳았지만, 이 아이들 역시 아이기스토스에게 살해당합니다. 새언니의 불륜 때문에 나라가 망하고 강제로 원수의 첩이 되었는데, 다시 새언니의 불륜 때문에 목숨까지 잃었으니 참으로 기구한 인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아가멤논'에서는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독살당합니다. 독살당하기 이전에 아가멤논과 자신이 죽을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심지어 과거에 아르고스 왕궁에서 벌어진 수많은 살인에 대해서도 영적인 눈으로 모두 보게 됩니다. 신이 들린 상태에서 본 사건들의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아르고스 왕궁의 살인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아르고스 왕가의 살인의 내력을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카산드라는 왕궁 입구에서부터 예언을 하면서 아가멤논의 아버지 아트레우스가 티에스테스의 아들들을 살해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합니다. 죽은 후에는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아가멤논의 정곡을 찌르는 비난을 받으며 고통받습니다. 아폴론에 의해 트로이 전쟁의 최대 피해자들 중 한 명이자,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불쌍하고 안타까운 인물입니다. 그야말로 그리스 신화에서 신의 심기를 거스르면 인간이 어디까지 비참해질 수 있는지를 극한으로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물론 아폴론은 제우스의 아들답게 남녀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인연을 주렁주렁 거느린 난봉꾼이었기에, 졸렬한 극단적 이기주의자였던 아폴론에게 자존심을 접고 구해받았어도 얼마 안 가 지겨워지면 차버렸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비극적인 일생 때문에 카산드라는 서구에서 힘없는 예언자, 개혁자의 상징으로 통합니다. 그래서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의 지롤라모 사보나롤라를 카산드라에 비유하며 "무게 없는 예언자는 멸망한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또한, 탁월한 미래 예지 능력을 가진 여성을 '카산드라'로 부르기도 하며, 불길한 예언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예시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예언의 지혜를 가졌으나 그 예언이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무시당하는 사람, 또는 나쁜 소식을 계속 예언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많이 잊혀져서 그저 신화 속 인물로 남아 있지만, 한때는 예언을 이야기할 때면 노스트라다무스와 같이 거론될 만큼 유명했습니다. 이른바 "비운의 예언가", 가장 아름다웠으나 가장 비참한 예언가로 기록된 카산드라에 대하여 소개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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