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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 드릴 영상은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2세의 암굴 신전 아부심벨 신전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이 신전에 대하여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이집트 아스완의 남쪽 280km 지점에 있는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2세가 건설한 신전입니다. 룩소르에 있는 카르나크 신전 그리고 룩소르 신전과 함께 람세스 2세의 왕성한 과시욕을 상징하는 건물로 유명합니다.
모래에 파묻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가 1813년 스위스 출신의 탐험가 요한 루트비히 부르크하르트가 발견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신전의 입구를 찾지 못해 직접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인이었던 이탈리아의 탐험가 조반니 바티스타 벨조니에게 알렸고, 1817년 벨조니가 발굴한 다음에야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신전이 위치한 아부심벨은 수단 공화국과의 국경지대에 있는 마을로 이집트 최남단에 있습니다. 이곳의 지명 아부심벨은 부르크하르트가 이곳에 왔을 때 안내를 이끌었던 이집트인 소년의 이름 아부심벨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참고로 지금이야 아부심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옛날에는 당연히 그 명칭으로 부르지 않았습니다. 1979년 누비아 유적 아부심벨에서 필레까지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1978년에 발행되어 현재에도 통용되는 이집트 1파운드 지폐에 아부심벨 대신전이 인쇄되어 있습니다.
이집트 제국의 파라오였던 람세스 2세는 고대 이집트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주이자 수많은 건물들을 남긴 군주였습니다. 당시 파라오들이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명성을 남기는 방법은 바로 자신의 이름을 새긴 건축물들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본인을 가장 위대한 파라오로 여겼던 람세스 2세는 그 자부심에 걸맞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신전과 궁전들을 지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아부심벨 신전이었습니다. 특히 당시 람세스 2세는 이집트 남부의 누비아 지방에 여러 신전들을 지어냈습니다. 당시 누비아는 아직 완전히 이집트에 동화되지 못한 지역이었고, 누비아인을 가장 빠르게 복속시키고 동화시키는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들을 통해 이집트의 국력과 경제력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람세스 2세는 나일 강 제2폭포 인근의 암벽을 통째로 파내어 장대한 암벽 신전을 깎아 아부심벨 신전을 축조했습니다. 신전은 람세스 2세 본인에게 바쳐진 대신전 그리고 그의 아내이자 왕비인 네페르타리에게 바쳐진 소신전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공사는 기원전 1264년 즈음에 시작해 기원전 1244년 즈음에 끝났습니다. 약 20년에 걸쳐 엄청난 대공사를 한 셈입니다. 그러나 고대 이집트의 전성기인 신왕국의 몰락하면서 아부심벨 신전 역시 서서히 잊혀졌습니다. 이집트 왕국의 세력이 쇠하여 신전은 모래 속에 파묻히기 시작했고, 기원전 6세기경에는 이미 신전의 거상 무릎까지 모래가 차올랐다고 합니다. 그 상태로 1813년 아부심벨 신전은 모래 속에 그대로 묻혀 있었습니다. 대략 2400년 가까이 모래 속에 묻혀 있었던 덕에 아부심벨 신전은 역설적으로 다른 이집트 신전에 비하여 훼손을 덜 당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도굴꾼들이 모래를 파내고 신전 내부를 도굴하는 일이 있었지만, 아예 기둥이나 건물 구조 자체가 무너진 다른 신전들에 비하면 훨씬 보존 상태가 양호했습니다.
흔히 아부심벨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거대한 좌상 네 개가 줄지어 앉아 있는 신전이 바로 대신전입니다. 대략 짓는 데 20년 정도가 걸렸으며, 람세스 2세가 즉위한 지 24년 정도 되는 기원전 1265년에 완공되었습니다. 람세스 2세가 살아생전에 지은 수없이 많은 신전들 가운데에서도 독보적으로 아름다운 신전으로 손꼽힙니다. 오시리스 신과 하토르 신의 작은 입상이 줄지어 선 입구에 있는 20미터에 이르는 좌상 네 개는 모두 람세스 2세로, 각각 상하 이집트를 의미하는 의상을 입은 형상입니다. 안타깝게도 보는 방향으로 왼쪽 두 번째 좌상은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지진 때문에 상체 부분이 부서졌지만, 떨어진 몸체가 바로 아래에 보존되었고 아부심벨 미술로 여겨집니다.
네 개의 상들 사이사이에는 훨씬 조그만 크기로 람세스 2세의 가족들의 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아무리 커봤자 람세스 2세의 무릎 높이밖에 오지 못하는데, 어머니인 투이, 아내인 네페르타리, 장남과 차남인 아메르 세프와 람세스, 장녀를 포함해 총 여섯 명의 딸들이 주인공입니다. 좌상 뒤쪽에 있는 거대한 파사드는 높이 33m, 폭 38m에 달하며, 파사드 위쪽의 프리즈에는 두 마리의 개코원숭이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원숭이들은 양팔을 올려 태양을 찬양하는 모습을 하고 있고, 몸에는 람세스 2세의 딸과 히타이트의 왕 하투실리 2세의 결혼을 증거하는 석판이 있습니다.
입구 바로 위에는 큼직한 벽감이 하나 파여 있고, 그 안에는 태양신 라의 입상이 들어가 있습니다. 라는 왼손에는 깃털을, 오른손에는 정의와 질서의 여신 마아트를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라의 몸에는 람세스 2세의 명예이기도 한 우르 마아트 라가 새겨져 있습니다.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오시리스의 모습을 한 람세스 2세의 입상 여덟 개가 세워진 기둥의 방이 있는데, 벽에는 카데시 전투의 장면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크기가 무려 20m에 달하는 입상 여덟 개가 줄을 맞추어서 있기 때문에 실제로 안에 들어가면 꽤나 장중한 느낌을 줍니다. 방의 길이는 18m, 너비는 16.7m이며, 여덟 개의 석상들이 기둥으로서 천장을 바치고 있는 모습입니다. 입구에서 본 기준으로 왼편에 있는 조각상들은 상집을 상징하는 백색 왕관을 쓰고 있고, 오른편에 있는 조각상들은 상하 이집트의 통합 왕관인 이중관 프센트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조각상들 뒤의 벽에는 람세스 2세가 치른 전투들의 벽화가 새겨져 있고, 대부분이 카데시 전투에 관한 것이지만 일부 누비아, 리비아 지방에서 일어난 전쟁들을 묘사한 그림도 있습니다.
기둥의 방을 지나면 네 개의 기둥들이 천장을 떠받치는 상대적으로 더 작은 방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방에는 람세스 2세와 그의 아내 네페르타리가 창조신 아문, 태양신 라와 함께 태양 방주를 타고 내세로 향하는 모습이 새겨졌습니다.
이 방을 지나면 마침내 가장 안쪽에 있는 조그만 크기의 성소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가장 깊숙한 성스러운 공간에는 신들의 좌상이 있습니다. 라, 호라크티, 신격화된 람세스 2세, 아문라, 프타 신으로 당시에는 각각 헬리오폴리스, 테베, 멤피스를 수호하는 신들이었습니다. 1년 중 2월 22일과 10월 22일 가장 안쪽의 성소에 태양빛이 약 20분간 들어와 신상을 비추지만 어둠신인 프타의 상에는 이 날에도 빛이 비치지 않는다 원래는 람세스 2세의 즉위일인 2월 21일과 람세스 2세의 생일인 10월 21일이었는데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기 위한 공사를 할 때 날짜를 저오학히 맞추고자 1년이나 시간을 들여 계산을 하였지만, 결국 원래 날짜보다 각각 하루 늦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날들에는 아부심벨 대신전 주위에 사는 사람들이 전통 음악과 춤을 비롯하여 이슬람교의 수피즘 교도들이 추는 춤 등을 공연하는 큰 축제를 엽니다.
규모가 작아서 소신전이라 불리지만, 정식 이름은 하토르 네페르타리의 신전입니다. 대신전에서 북동쪽으로 100m 정도 떨어진 장소에 세워졌고, 사랑의 여신 하토르와 람세스 2세의 왕비인 네페르타리에게 바쳐졌습니다. 참고로 이 신전은 아케나텐이 왕비인 네페르티티를 위해 신전을 지어준 이래, 고대 이집트 역사상 두 번째로 왕비를 위해 지어진 신전입니다.
대신전과 마찬가지로 암벽을 그대로 깎아 입구를 만들었고, 정면에는 람세스 2세의 입상 네 개와 네페르타리의 입상 두 개가 세워져 있습니다. 두 사람의 입상의 크기는 거의 동등하며, 그들의 입상 아래에는 왕자와 공주들의 입상이 작은 크기로 세워져 있습니다. 신분이 높을수록 인물의 크기를 크게 묘사했던 이집트에서 파라오와 왕비의 크기를 거의 비슷하게 조각해 놓은 경우는 아부심벨 소신전이 거의 유일합니다. 전통적으로 왕비의 조각상을 세우긴 했어도 파라오의 조각상 무릎 정도까지의 키로 깎아 놓는 것이 전통이었으나, 이 신전에서는 왕비의 조각상들 바로 곁에 왕자와 공주들의 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신전의 구조 배치는 대신전을 축소해 놓은 것과 비슷합니다. 다만 대신전의 경우 입구를 통과하면 여덟 개의 거대한 파라오 입상이 세워진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반면, 소신전은 입구를 통과하면 여섯 개의 기둥들이 천장을 바치고 있는 방이 나옵니다. 기둥에는 사랑의 여신 하토르의 머리 모양이 새겨져 있고, 벽과 기둥에는 네페르타리 왕비가 라, 크눔, 콘수, 토트, 이시스, 마아트 등의 신들과 논의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또한 람세스 2세가 신들에게 향료를 바치는 장면도 있습니다.
여섯 개의 기둥이 있는 방을 통과해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세 개의 문이 있는 벽과 조그만 방이 나옵니다. 이곳에도 역시 신들에게 예를 올리는 내용의 벽화가 가득한데, 주로 소의 모습을 한 하토르 여신에게 네페르타리 왕비가 공물을 바치고 숭배하는 모습이 줄지어 있습니다. 소신전 맨 안쪽에는 조그마한 크기의 성소가 있습니다. 이곳에도 대신전 신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남아 있지 않고 성소에 남은 것은 하토르 여신과 신격화된 네페르타리 왕비를 그린 벽화 정도입니다.
20세기 중반에 이집트 공화국을 건국한 가말 압델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이 아스완 하이댐을 지으며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이집트 정부가 나일 강 상류의 거대한 댐을 짓자 점차 물이 차오르면서 나일 강변에 위치하던 아부심벨 신전이 침수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결국 1959년에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초대형 규모의 문화재 보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아부심벨 신전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아부심벨 주위의 소규모 방파제를 지어 아예 통째로 격리하거나, 거대한 돔을 지어 수중에서 보존하는 방안 등 여러 대책을 제시했으나 예산상의 문제로 결국 암벽을 포함한 신전 전체를 뜯어 다른 곳으로 옮겨버리는 안이 채택되었습니다.
1964년에 아부심벨 신전을 해체하는 작업이 시작되었고, 당시 기준으로 4,200만 달러(2017년 기준으로는 3억 달러, 한화로는 3,600억 원이라는 엄청난 예산)를 쏟아부으며 아부심벨 신전을 뜯어 위쪽 고지대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고고학자들은 신전을 포함한 암벽 전체를 평균 20톤에 달하는 거대한 돌 덩어리들로 조각조각 잘라냈습니다. 이렇게 신전을 해체한 후에는 강에서 200m 정도 더 떨어진 고도 상승이 있을 장소에 다시 조립했습니다. 물론 모든 유적을 모조리 해체하여 옮기지는 못했기에 일부 유적은 나일 강 속에 수몰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부심벨 신전을 포함한 핵심 유적들은 모두 안전히 이동했다고 합니다.
아부심벨 신전을 자세히 보면 공사 당시 신전을 분할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967년 신전을 언덕 지형으로 이전하면서 신전이 매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언덕과 언덕 내부 사이에 대형 돔을 설치하였습니다. 신전 오른쪽에 돔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있습니다. 이곳으로 들어가면 신전이 콘크리트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3천 년의 시대를 사이에 두고 세워진 고대와 현대의 건축 양식이 공존하고 있는 기묘한 모습입니다.
실제로 방문해 보면 아스완 댐으로 생겨난 세렝 호 위쪽 언덕 평평한 곳에 재조립해 놓았기 때문에 벽곡 사이에 웅장한 모습을 기대하고 갔다간 예상과 다른 모습에 살짝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워낙 좌상 크기가 커서 압도되지만 이를테면 해체 후 관광을 위해 재조립해 놓은 무령왕릉이나 천마총이 엄청나게 사이즈를 키운 느낌입니다.
아스완 하이댐을 건설할 당시 초기에는 미국이 자금 지원을 하였지만, 나세르가 아랍 사회주의를 주장하자 미국이 자금 지원을 중단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집트와의 관계 개선을 위하여 아부심벨 대신전을 이전할 당시 미국이 특히 많은 지원을 하였고, 이집트 정부는 감사의 표시로 아스완 하이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있었던 덴두르 신전을 미국에 기증하였습니다. 미국은 이 신전을 분할하여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부로 이전하여 다시 조립, 전시 중입니다.
인간의 능력은 참으로 놀라울 뿐입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압도될 만큼 웅장해 보이는데, 실제 그곳을 방문한다면 그 중압감에 눈이 튀어나오고 턱이 빠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20년 동안 그 웅장한 아부심벨 신전을 짓는 동안 강제 노역과 고문으로 수많은 영혼들이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살짝 표현해 보며 이만 영상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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